그동안 숱한 정치발언을 해온 전광훈 씨와 국민의힘 관계가 연일화제입니다. 정당과 정치인을 상대로 자꾸 자신의 요구사항을 펼치는 전광훈. 그럼에도 여전히 정확한 선을 긋지 못하는 지도부.
전광훈 씨를 두고 비슷한 상황이 한국 교단 안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기독교적 행동과 사상을 가진 전광훈 씨를 이단으로 규정해달라는 청원이 주요교단 총회 안건으로 매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교단에서는 전광훈과 '손절'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0년 8개교단 이단대책위원장 협의회에서 한국 교회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전광훈 씨의 언행이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였습니다.
2020년 개혁연대는 주요교단 총회를 앞두고, 교단들이 전광훈 씨와 관계를 정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요청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교단총회에서 전광훈 씨의 안건은 유야무야 사라졌습니다.
개혁연대는 긴급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좌담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전광훈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였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그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교단총회로 상징되는 주류 개신교 세력은 전광훈 씨와 같은 과격한 선동가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단총회로 불리는 주류 보수 교회 세력들이 사실상 전광훈 씨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표현방식은 다르겠으나 정치적 입장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직접 나서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자)하니, 교인들이 싫어할 것 같고 체면도 안 서고 민망하고 그러나 그런 행동을 전광훈 씨가 하고 있으니 그분이 필요해서 가만히 두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때 이단대책위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신교가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다보니 전광훈 목사에 대한 친근감이 큰 게 사실이다" 친근감이라는 말로 표현된 일종의 동료의식이 전광훈 씨와 교단총회를 비롯한 보수 교회 사이에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상적으로나 신앙적으로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외부 적을 계속 상정함으로 내부를 결속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왔습니다. 예를들어 종북 혐오, 이슬람 혐오, 동생애 혐오를 통해 교회 내부를 결속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부분으로 보았을때, 전광훈 씨가 동료이며 한편으로는 공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보수 교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광훈 씨에게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전광훈 씨를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도 듭니다.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해방 이후 한국교회는 급성장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당시 사회가 요구한 의제는 반공주의 산업화인데, 한국교회가 두 가지 의제에 대해 수행을 잘 해냅니다. 또한 반공과 산업화에 앞장서가는 미국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하나의 통로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성장하고 영향력도 커지고 호응도 얻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큰 세력이었습니다. 민주화 시대에 한국교회는 '민주화'라는 의제에 굉장히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보수화되고 영향력 또한 급속도로 감소합니다. 민주화를 비롯한 환경, 동북아 평화, 여성 이슈, 양극화 해소 등의 문제로부터 한국교회는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영향력을 잃어버린 교회가 과거 이념에 사로잡혀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경향이 보수적 성향의 교회에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하성웅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교회의 보수적 토양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의 보수적 성향은 순기능보다는 폐쇄성, 경직성, 근본주의적이고 용공주의적인 모양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보수적 경향이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어 갱신과 변화의 움직임을 실천하기 굉장히 힘든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분명 교회 안에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있고, 전광훈 씨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지만 교단과 교회 시스템 안에서 이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죠. 일례로 감리교의 법을 제정하는 입법총회 평균나이가 65세였습니다. 젊은 층의 목소리, 개혁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목사가 되어도 연령이 높지 않으면 교단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이고 경직된 구조를 교단와 교회가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안에서 전광훈에 대한 우호적 입장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리하면, 개혁연대 공동대표인 남오성 목사는 보수교회와 한국교단의 정치결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광훈 씨의 행동을 침묵으로 동조한다고 하였고, 오수경 대표는 교회 결속을 위해 교회가 외부 적을 상정하고 '혐오'하는 방식을 택하여왔는데, 현재 전광훈 씨의 행동이 교회의 지금까지 흐름과 유사하기 때문에 방치한다고 보았습니다.
장동민 교수는 한국교회가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국교회의 근현대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았는데요. 한국교회가 과거 보수적 의제 아래서 상당한 부흥과 사회적 영향력을 키웠으나, 이제 그러지 못하는 시대를 맞이하였기 때문에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회귀하고 싶은 마음에 보수적 성향을 유지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성웅 총무는 교회의 경직된 구조와 시스템이 결국 교회의 보수적 토양을 견고히 하고 그 토양에서 전광훈 씨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예시로 든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법을 제정하는 입법총회의 평균 연련이 65세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총회원이 되기 어려운 구조이죠. 젊은 나이에 목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11년차가 되어야 투표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이미 총회 시스템에서 변화를 꺼려하는 교단,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명서] 전광훈 씨의 광기 어린 행보에 침묵하는 한국교회에 대하여 "전광훈 씨에 대한 판단은 무엇인가? 각 교단은 결단하라!" (0) | 2023.04.20 |
---|---|
기독교는 '혈연주의'인가? (0) | 2022.07.26 |
구약의 제사장들도 세습했잖나! (0) | 2022.07.22 |
김하나 목사 = 명성교회 위임목사 아니다(feat 대한민국 법원) (0) | 2022.07.20 |
교회는 여성에게 안전한 곳 인가? (0) | 2022.03.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