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을 주장하시는 분 중에는 성경을 근거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구약의 제사장들이 세습을 했는데 목사는 왜 안되냐고 주장합니다. 예장통합 진주남노회 노회장이신 김충곤 목사님의 주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적으로 말한다면 이 법(세습금지법)은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구약성경에서 제사장도 대를 이어서 하는데, 이건 대물림이 아니라 승계다. 아론의 자녀만 제사장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 그렇게 하지 못해서 참 안타깝다. 오늘날 아버지가 만든 교회를 아들이 승계하는 건 당연히 성경적인데, 왜 이게 잘못됐다는 법을 만들었는지 우리가 묻기 위해 만장일치 결의로 총회에 헌의한 것이다"
[출처: 뉴스앤조이] '아론의 자녀만 제사장 될 수 있어' 예장통합 진주남노회, 또 세습금지법 폐지 헌의

'아버지가 만든 교회를 아들이 승계한다는 것은 당연히 성경적이다'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제사장과 목회자를 동일하게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늘날의 목회자가 구약의 제사장과 같으니까 제사장들도 했던 세습을 목회자들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두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1) 구약의 제사장과 오늘날의 목회자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2) 기독교는 혈연주의적인가? 하나님께서는 혈연적으로 리더쉽이 전해지기를 원하실까?
이번 시간에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1) 구약의 제사장과 오늘날의 목회자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늘날의 목회자는 구약의 제사장이 아닙니다. 물론 목회자의 역할이 구약의 제사장이 했던 역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목회자와 제사장을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만약, 제사장과 목회자를 동일하게 본다면 목회자는 예배가 아닌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구약의 제사장이 했던 것과 동일하게 하나님께 바칠 예물을 준비하고 번제와 화목제 등 다양한 제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새롭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우셔서, 우리를 자기와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겨 주셨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18절 표준새번역]
이 말씀을 근거로 오늘날의 성도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희생의 제물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더 이상 구약의 제사가 필요 없어졌습니다. 과거 구약시대에서 행해졌던 양과 비둘기 등을 잡아, 제사하는 것은 사라졌으며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일요일(주일)에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생명의말씀사에서 나온 "교회용어사전 : 올바른 용어"라는 책에서는 제사장을 이렇게 말합니다.
제사장은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위해 특별히 구별된 사람이다. 구약 시대에는 레위 지파만이 제사장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져온 희생 제물을 제단에서 불에 태워 번제로 드림으로써 백성을 대신해 죄를 용서받고 죄인이 하나님으로부터 화평을 얻게 하는 사역을 수행했다.
그런데 신약 시대에는 제사도 없고, 제단도 없고, 제물도 없다(히10:18). 예수께서 단번에 영원한 대속제물이 되셨기 때문이다(히10:14). 그런데 아직도 교회에서는 목사를 가리켜 제사장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목사'는 율법의 제사장이 아니다. 목사는 말씀을 선포하는 하나님의 '사역자'요, 양 떼(성도)를 먹이고 양육하는 '목회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사장 [祭司長, priest] (교회용어사전 : 올바른 용어, 2013. 9. 16., 가스펠서브)
영원한 대속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우리는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됩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제사장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제사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기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일요일, 주님의 날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목회자는 구약의 제사장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구약의 제사장의 역할은 오늘날의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 모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자기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하신 분의 업적을, 여러분이 선포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2장 9절 표준새번역]

베드로는 우리 그리스도인이 모두 왕과 같은 제사장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스도인 모두가 제사장과 같다고 구약의 제사장처럼 세습을 해야 한다거나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구약의 제사장이 거룩한(구별된) 삶을 살아야 했듯이 그리스도인들도 거룩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사장의 역할은 구별된 삶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구약의 제사장은 교회 세습의 정당성을 줄 수 없습니다. 구약 제사장들의 세습은 부와 명예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그러므로 세습의 정당성을 위해 구약의 제사장을 언급하는 것은 멈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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