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이슈

기독교는 '혈연주의'인가?

교회개혁실천연대 2022. 7. 26. 17:13

아들에게 교회 세습을 하고자 하는 목회자는 구약의 '혈연주의'에서 그 정당성을 찾으려고 합니다. 구약시대에는 아론의 제사장직이 아들을 통해 세습되었고, 다윗의 왕 직도 세습 되었다고 합니다. 세습 지지자들은 이 내용들을 언급하며 세습의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심지어 이것은 '세습(世襲)'이 아니라 '승계(承繼)'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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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에는 정말 세습이 존재하는지 팩트체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구약성경을 읽어보면 세습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3 그리고 너는 아론에게 거룩한 옷을 입게 하고, 그에게 기름을 붓고, 그를 거룩하게 구별하여, 제사장으로서 나를 섬기게 하여라.

14 그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그들에게 속옷을 입혀라.

15 그리고 네가 그들의 아버지에게 기름을 부은 것과 같이, 그들에게 기름을 부어라. 그러면 그들이 나를 섬기는 제사장이 될 것이다. 그들은 기름부음을 받음으로써, 대대로 영원히 제사장직을 맡게 된다.

[출애굽기 40장 13-15절 표준새번역]

아론과 그의 자녀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제사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나 어떠한 다른 기준이 아닌 그저 아론의 아들이고 혈통이면 제사장직을 맡게 된다는 것은 성경이 혈연주의를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본문은 '제사장들도 세습했으니 이후로도 세습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본문이 결코 아닙니다. 이것을 성경에서 말하는 세습에 관한 규범으로 해석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아브라함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내를 동생으로 속인 사건, 다윗이 밧세바를 범한 사건을 바른 규범으로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혈연주의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성경 전체에 나타나 있는 혈연적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종합하여 해석할 때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른 규범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구약이 혈연주의를 따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들은 가장 혈연을 중시하는 듯한 여호수아서에서조차 찾아볼 수 있다. 여호수아서는 가장 혈연적인 혹은 민족적인 책으로 흔히 오해된다. 단지 혈통적 이스라엘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나안 사람들이 멸절당했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호수아서는 하나님의 백성이 혈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호와에 대한 신앙, 혹은 언약을 통해 이루어진 공동체임을 여러 사건을 통해 분명히 보여준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학술 심포지엄] "교회 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2013.2.19)일부 발췌

2013년 2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 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라는 제목으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당시 세습의 구약학적 고찰에 대하여 발표하셨던 전성민 교수(전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 구약학교수)는 기독교 공동체가 '혈연적' 공동체가 아니라 '언약적'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이기 때문에 수많은 죄 가운데에도 성경 안에서 중심적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입니다.

신약에 이르러서는 예수님께서 혈연주의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하십니다.

48 그 말을 전해 준 사람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누가 나의 어머니이며, 누가 나의 형제들이냐?"

49 그리고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리키고서 말씀하셨다. "보아라, 나의 어머니와 나의 형제들이다.

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마태복음 12장 48-50절 표준새번역]

예수님을 만나고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을 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 또한 영적인 측면에 있어서 혈연적 관계보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는 언약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기독교가 혈연적 공동체가 아닌 언약적 공동체임을 의미하는 성경 말씀은 여러 곳에서 등장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만약 기독교가 혈연적 공동체였다면 한국 땅까지 복음이 전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가 혈연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 공동체 안의 언약(정관)을 중시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 학술 심포지엄 '교회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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